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에서 이용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거나 이용할 수 없게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했다. 지난 17일 공포했으며, 올 8월 시행한다. 기존 데이터베이스(DB)에 담긴 주민번호도 2013년 말까지 모두 지워야 한다.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인터넷 유관 사업자는 올해 안에 삭제하게 강제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 의지를 내보였다.
주민번호 미수집 전환 지원센터도 눈에 띈다. 영세 인터넷콘텐츠사업자의 DB·웹사이트 등을 바꿀 때 필요한 기술자를 센터에서 지원한다. 특히 주민번호를 대체할 '아이핀(I-PIN)' 연계·보급 서비스를 펼치는 등 여러 제도와 기술을 센터에 집약했다.
행정안전부도 지난 1월 '2012~2014 개인정보보호기본계획'을 세워 아이핀 전면 보급에 나섰다. 2만5000여개 웹사이트에 아이핀 사용을 의무화하는 게 목표다. 영세 사업자에게 개인정보처리 관련 모듈을 지원해 400만명 정도인 아이핀 이용자를 2000만명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.
인터넷상 주민번호 사용을 줄이려는 방통위와 행안부의 목표가 같다. I-PIN 보급 확대 등 정책 수단도 비슷하다. 그저 관련 법령이 다를 뿐이다. 주민번호 관리 주체(행안부)와 인터넷 주무 기관(방통위) 간 결점을 서로 보완하는 체계를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. 비슷한 사업을 제각각 펼쳐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.
면밀히 살필 게 더 있다. 전자상거래법상 주민번호가 꼭 필요한 결제 환경이 상존한다. 인터넷에서 주민번호가 필요한 상황이 남아 있다면 제아무리 아이핀 보급을 늘려도 소용없는 것 아닌가. 이런 근원적인 문제부터 해결할 일이다. 관계 기관이 모두 모여 협의하는 체계를 갖춰야겠다.